유능한 공무원, 삼성·현대차 근무한다

입력 2015-08-31 18:00   수정 2015-09-01 08:58

인사혁신처, 내년부터 파견
"규제개혁 필요성 체감하게"

경제5단체 확대 요청에 대기업 파견금지 풀고
파견자에 인센티브 주기로



[ 강경민 기자 ] 내년부터 중앙부처의 최우수 공무원들이 삼성 현대자동차 등 민간 대기업에 파견돼 최장 2년간 근무할 수 있다. 유능한 공무원들이 민간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규제 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속도를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인사혁신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과의 인사교류를 막아온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를 대폭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중소기업으로 제한했던 현행 인사교류 제도를 바꿔 내년부터 대기업에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2002년 도입한 민간근무휴직제는 민·관 인사교류를 활성화하고 민간의 우수한 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최대 2년간 공무원을 민간기업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민간기업으로 파견 나간 공무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민·관 유착 등의 부작용이 불거져 2008년 중단됐다. 정부는 2012년 이 제도를 부활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 및 금융지주회사, 로펌·회계·세무법인 등은 신청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로 인해 ‘민·관 인사교류’라는 취지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무원, 대기업서 일해 봐야 규제 풀고 일자리 창출"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민간근무휴직제를 활용한 공무원은 2013년과 지난해 각각 여섯 명에 불과했다. 2000년대 중반 신청자가 20명이 넘었던 것과 비교된다.

당초 혁신처는 올초 유명무실해진 민간근무휴직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을 민간근무 대상 기업으로 재지정하려고 했지만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부딪히면서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혁신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상위 20개 기업집단과는 인사교류를 제한하기로 지난 6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상위 20개 기업집단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가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를 주요 대기업에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 5단체는 공무원들이 민간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아야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고,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2004년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재직 시절 1년가량 전경련에 파견근무를 다녀온 뒤 “기업이 최고 애국자”라며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출신인 이근면 인사혁신처장도 공직 사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 5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이 개정되는 대로 오는 10월께 각 부처에 채용 계획을 통보할 예정이다. 민간근무를 지원할 수 있는 직급은 일반직 기준 현행 4~7급에서 부이사관(국장급)을 포함해 3~8급으로 확대된다. 다만 대기업 외 법무·회계·세무 법인에 대한 지원 제한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혁신처는 주요 대기업에는 성과 고과가 뛰어난 최우수 공무원을 파견 근무시킬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의 ‘잘나가는’ 공무원들은 굳이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혁신처의 설명이다. 신인철 개방교류과장은 “대기업 파견 근무를 권장하기 위해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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